오지 않을 세상

나는 쉽게 뜨거워진다. 고등학교 때 처음 전태일평전을 읽었을 때 차올랐던 그 뜨거운 분노.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꺼이꺼이 울었던 그 밤들처럼 나는 쉽게 뜨거워진다.
그리고 또 나는 쉽게 식어간다.

홀트 아동복지회에서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고, 실제로 자원봉사 교육까지도 받았으나 정작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작년 여름인가, 올 초였을까 다시 마음 먹고 찾아간 홀트 아동복지회에서는 더이상 자원봉사자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2007년 1월, 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본 아동노동력 착취 동영상 하나에 또 쉽게 마음이 뜨거워져 신청한 월드비전 후원금만이 유일한 자기위안이다.
돈으로 봉사한다는 것은(이러한 문장 자체가 성립할 수 있다면) 그나마 쉽다.

김원영의 책도 그랬다. 쉽게 내 마음을 뜨겁게 했다.
한겨레21의 영구임대주택 특집을 보고 있던 시기와 맞물렸기에 더욱 그랬다.
그들도 이렇게 소리를 내야 한다. 차가운 희망보다는 뜨거운 욕망을.

하지만 이내 씁쓸해졌다.
먼저는 이내 식어버릴 내 자신을 향한 씁쓸함이었고, 그 다음은 (뜨거운 욕망으로 불리기를 갈구하지만) 뜨거운 욕망으로 밖에 불릴 수 없는, 그것으로 정체성을 갖는 시대를 향한 씁쓸함이었다.

나는 김원영씨가 뜨거운 욕망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원영씨가 나와 똑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 육체와 함께 있는 영혼에 대해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by 아애 | 2010/06/15 01:25 | brouillo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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