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두 달 동안 읽은 책들
어느새 4월이 되었다. 지금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빨리 갈까를 생각하면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이내 그러니까 더더욱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한다-.- 

집에서 뒹굴뒹굴거리며 한량 같이 보낸 지난 겨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늘어놔보기로 한다. 


1. 유럽낭만탐닉, 세노 갓파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작가. 그림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것 같다. 
 60-70년대 지금처럼 사진기도 개인컴퓨터들도 없던 시절 유럽을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기록들과 메모들을 모은 책이다.
 유럽의 집들의 외양을 쭉 스케치하면서 북쪽과 남쪽의 집모양이 어떻게 다른지, 기후와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본인 나름으로 추측해보는가 하면, 묶었던 숙소들의 평면도를 죄다 그려놓는가 하면, 유럽 각국 기차의 차장들은 어떤 아이템을 소지하고 복장은 어떻게 다른지 등등. 테마별로 그려놨다. 디테일의 끝. 순간적으로 스케치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스케치를 배워볼까 교보 가서 선긋기 책부터 사올까 하고 있는 마음이 자라나고 있는데 이 책이 한 몫 단단히 했다. 

2. 위대한 개츠비, 피츠제럴드
 지난 겨울 책장 정리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소설류는 많이 들어내지 않았다. 그 중의 한 권. 읽을 때마다 이건 뭔가 싶고 이 책이 왜 고전인지도 모르겠고 캐릭터들도 이해를 못하겠던 책.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서너 번 읽은 거 같은데 늘 같은(모르겠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그래도 1년 반 문학 공부했던 가락이 나와서 텍스트 분석을 하고 자빠졌.... 
 주요 캐릭터들이 장소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욕망하는지, 그러니까 장소와 캐릭터의 상관관계로 분석해 나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 학교 그만두고 얼마 안되서 읽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하여간 모르겠고 모르겠는 소설을 이제는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했었다.

3.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예전에 한 번 블로그에 올린 적 있는데 독자의 상상력을 해치는 저급한 양장본 표지를 자랑했던 책. 
 사놓고 계속계속 안보다가 2월 언젠가 새벽 1시반 중2병 소녀 상념에 푹 절어서 갑자기 책을 펴서 날 새기 전에 다 해치워버렸다. 
 이미 읽은 지 한 달도 더 되어 또다시 디테일한 내용들은 다 잊었지만, 하루키에게서 첫사랑의 테마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2차 성징 이전, 그러니까 어떤 성적 욕구에 대한 각성이 들기 전에 만났던 첫사랑은 하루키에게 정말정말 강력하다. 이 책도 그러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 읽으면서 주접스럽게 많이 울었다.

4.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요시다 타로
 녹색당 필 꽂혀서 학교에 신청했던 책. 신청자가 1등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요시다 타로는 뭔가 이쪽 방면에서 엄청 유명한 일본 학자인 거 같았다. 학자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해서 쉽게 쓴다고 썼는데 더럽게 재미없었던 책. 난 이만큼 균형감각을 가지고 쓰고 있어 라는 냄새가 오히려 불편했다. 내용 자체는 처음으로 알게 된 것들이 많아 흥미로웠던 부분들이 꽤 있었다. 쿠바의 도시 농업이라든지 개인의 부동산 매매 거래 금지법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든지. 기존에 봤던 쿠바 다큐멘터리 영화들에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 책에서는 좀 더 시스템적으로 접근한다. (역시 학자가 쓴 책이라...) 

5. 극락 타이 생활기, 다카노 히데유키
 겨울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행이 가고 싶어서 그런지 평소에 잘 안 보는 여행기들을 제법 봤다. 
 세노 갓파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어쩌다보니 일본 사람들이 쓴 여행기를 연달아 봤네.
 다카노 히데유키는 거의 노마드 수준으로 세계 각국 여기저기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인데 타이 대학에서 일본어 강사로 지내면서 느꼈던 점들을 재미나게 엮었다. 일본과 타이의 차이점이라든지 뻔한 여행기 테마들을 나름 재밌게 풀었다. 
 
6.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카포티
 하루키 소설을 읽다가였나? 하여간 무슨 소설을 읽다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생각이 들어 카포티 단편 소설을 찾아봤는데 그 중 유일하게 아는 제목의 소설이라 골라왔다. 충격적이었던 건 제목이 Breakfast at Tiffany's 라는거. 아침이 morning이 아니라 아침 식사였어. 그리고 티파니가 그 티파니였어. 난 무슨 어디 섬나라 이름이 또 티파니가 있고 티파니가 그 섬이나 해안가 이름을 따온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7. 페레이라가 주장했다, 안토니오 타부키
 한겨레21 서평 읽다가 학교에 주문해서 또 1등으로 본 책. 소장할 생각이 있다. 다음 번에 책 주문할 때 위시리스트 1등에 있다. 
 이태리 작가가 쓴 양차대전 사이의 기간의 포르투갈 이야기. 

8. 오릭맨스티, 최윤
 선생님이 선물해주셨다. 이걸 읽으면서도 또 텍스트 분석....... 구조적으로 3부 구성이고 각 부와 부 사이는 '죽음'으로 갈라지고....... 

9. 나는 더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한기연
 '내가 행복하지 않은 가족의 행복은 없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굳이 활자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이야기가 여기 다 있다. 구질구질한 가족들. 

10. 교차로의 밤, 조르주 심농
 이 책 저 책 읽다 보면 꼭 한 번씩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지지. 그래서 찾아본 심농 시리즈 중의 한 권.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벨기에 작가지만 배경은 대부분 프랑스. 프랑스 추리소설은 이렇게 쓰는구나 구경한 느낌.

11. 웃기는 레볼루션: 무한도전에 대한 몇가지 진지한 이야기들
 무한도전 9주째 파업인가? 미추어버리겠네 
 너무 보고 싶어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싶어 또 학교에 주문했다. 
 무한도전을 소재로 한 여러 담론들을 모은 책이다. 두세 꼭지 정도 밖에 안 읽었는데 맨 마지막 김태호 인터뷰의 한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최고의 에피소드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 최고의 에피소드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1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맥카시
 원서로 다시 읽지 않는 이상 좋게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은 소설. 
 원래 작가의 스피디한 문체라든지 이상한 데서 디테일에 힘을 줬을 것 같은 문체를 그대로 살리려 했던 의도는 느껴지지만 도저히 몰입이 어려운 번역이다.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 책

13.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김기석/손기춘 공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다. 한겨레 기자였던 손기춘 씨와 김기석 목사가 <기독교 사상>(최소한 이거랑 비슷한 기독교 월간지)에서 편지를 주고 받았던 칼럼을 책으로 묶은 것. 
 나 역시 기독교인으로서 하는 고민들에 해답을 얻었다...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어떠한 질문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라는 태도가 적어도 바른 태도라는 걸 다시 한 번 각성했다. 


두 달 동안 제법 많이 읽었구나 싶지만, 집에서 내내 있었던 것 치고는 또 그렇게 많이 읽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책이 이렇게 막 읽힐 때가 읽고 디질라게 안 읽힐 때가 있다.
지금은 그냥 이렇게 목록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거 쓰는데도 힘들었다. 며칠 전부터 써야지 생각했는데 또 생각만 했어.) 제대로 남겨두고 싶은 책들도 있었지. 앞으로 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안될거야-.-)

지금 읽고 있는 책들도 또 여러 권 있는데 흠, 
다음에 다시 만나요! ㅋㅋㅋ
by 아애 | 2012/04/03 23:52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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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amit at 2012/04/04 00:40
그게 없군, 영국인 이야기
Commented by 아애 at 2012/04/04 12:17
영국인 이야기 아니고 영국인 발견 입니당
Commented by at 2012/04/05 22:48
또 만나요! 반가운 재밌는 책이야기
Commented by 아애 at 2012/04/06 08:59
추천할 책은요 (목록에 없는) 영국인 발견 ㅋㅋㅋ 두꺼운데 재미나요!
Commented by 오갱 at 2012/04/22 21:47
영국인발견 좀 흥미로울것같고..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에 대한 이상한 선입견은 엔알지 노래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ㅋㅋㅋ 영화에서 오드리헵번이 티파니 앞에서 베이글먹는 장면에서 나도 깜짝 놀랐었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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