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연말을 보내고 싶은 바른생활 회사원의 연말일기
1.
어제는 왕십리 초밥집을 갔다. 생선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만 지난주 아주아주 옳지 않은 해산물부페를 갔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했었지. 다행히 정말 먹지 못할 스시와 사시미가 있었던 토다이에 비해 싼 가격에 스시가 괜춘해서 기뻤어. 그러나 생선은 광어, 연어, 흰살 생선인데 빨간색 조금 섞여 있는거-_- 이게 주종이더라구. 1만원에 사이코우스시 모듬 초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깊이깊이 마음에 새겼다. 내 평생에 함께 해줘ㅠㅠ 사이코우스시 만세!
그리고 토다이는 가지 맙시다-_- 기본적으로 부페를 좋아하지 않지만 꼭 부페를 가야한다면 보노보노로 갑시다.

2.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억대 봉급자가 전체 봉급자의 2.3%, 38만명 이상이라고?!
지애랑 대체 어디?! 뉴구?! 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참 많이도 펼쳐져 있지.

3.
모르는 세계에 대해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경악을 했다. 난 정말 몰랐어. '상식'의 기준이 이토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누가 옳고 틀리고가 아니라 이토록 극명한 두 후보에게 보내는 지지가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게. ㅂㄱㅎ가 박정희 딸로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니라 이 한마디로 그 사람의 삶을 규정 짓는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독재자의 딸 vs. 인권 변호사잖아?! ㅂㄱㅎ가 퍼스트 레이디로 살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독재자의 딸이란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 굳이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하지도 않았잖아?!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주아주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아주 당연하지 않았다. 광주 사람들이랑 살고 있어서 정말로 몰랐다.

나의 나이브함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4.
블로그를 잠정폐쇄해야겠다고 쓴 건 난 정말 박정근 사건이 무섭다. 그게 박정근이 아니라 얼마든지 나였을 수도, 그리고 앞으로의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건 내가 트위터를 하지 않는것,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그러나 이내 왜 그래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잇따른다. 여기에 대답을 못하겠어. 왜? 왜 내가 무서워 해야 하지? 웃자고 개그 좀 쳤더니 감옥을 가. 미친 세상이다. 이게 딱 우리 시대의 개그 수준인가 싶을 정도로.

블로그의 목적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블로그의 수위에 대해서는 확고해졌다. 이걸 확고하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회사 다니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긴장병을 얻어-_- 목에 담 같은게 와서 목이 돌아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 회사 근처 한의원을 갔다 병이 더 악화되어 테헤란로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회사로 다시 돌아갔던 날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다. 그리고 그 포스팅에 병원 이름과 욕을 함께 썼지. 그랬더니 그 병원 원장이 회사로 날 찾아왔다-_-

내 블로그를 보고 내 의료기록을 조회해서 내 회사로 찾아왔어. 이 사람의 뇌 내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첫째로 든 생각은 내가 이 사람 면전에 대고, 그러니까 병원에 다시 찾아가서 이 새끼들아 고쳐달라고 갔더니 나에게 똥을 줘?! 이 개객끼들!!!! 하고 외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병원 때문에 열받기는 했었으나 내가 온라인에 뱉어낸 욕설(위에 쓴 딱 저런 수준의 욕설. 내 나름의 개그였던 욕설)을 당사자가 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본인이 봤고, 기분이 매우 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들에게 직접 면대면으로 욕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욕'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했고, 포스팅을 비공개로 돌렸다.

그러나 그 다음에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지점이 있다. 내가 그 문제의 병원을 다녀와 있던 병을 키운 후 도저히 앉을 수고 서 있을 수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저 눈물만 뚝뚝 나와 같은 날 오후에 다른 한의원을 갔다왔다. 두번째 한의원에서는 온갖 시술을 하고 목이 좀 풀렸다. 그랬는데 계산을 하려니까 같은 날 동일항목 진료를 하면 보험처리가 안된다네?! 두번째 한의원에서는 침 맞고 별거별거 다해서 돈도 엄청 많이 나왔어-_- 근데 그걸 보험이 안된다고 해서 100% 내 부담으로 돈을 내고 나왔었지. 난 첫번째 병원에 전화해서 내가 지금 다른 한의원을 다녀왔는데 이러이러해서 내 쌩돈을 내고 왔다. 그런데 너희 쪽에 낸 돈이 더 적으니 너희 병원에 내가 쌩돈을 다시 가서 내고 두번째 병원을 보험처리로 돌릴 수 있을까? 문의했다. 자동적으로 보험이 처리되는거라 지금 와서 그걸 빼고 어쩌고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없다는데 뭐 어떡해 나의 분노만 커졌지 ㅋㅋㅋ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들을 첫번째 한의원 욕과 함께 포스팅에 뿜었었지. 그랬더니 그 원장이 회사를 찾아와서 이 보험 안된다는게 사실이 아니라며 나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할까 하다가 꾹 참고 날 찾아오셨다고....-_-

지금도 나는 같은 날 동일항목 진료를 받으면, 그러니까 하루에 정형외과를 두번 간다든지 산부인과를 두번 간다든지 하면 두번째 병원에서 보험처리가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갔던 병원에서 나에게 그렇게 얘기를 했고, 실제로 내가 본인부담금 100%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어. 그걸 블로그에 써서 올린게 허위사실유포인가? 내가 포스팅을 하기 전에 보험공단에 전화해서 내가 이런 일을 겪었는데 이게 맞냐고 사실 확인을 하고 올렸어야 해?

그때 당시 내 포스팅이 네이버에서 첫번째 한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첫번째 페이지에 뜬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걸 보고 원장이 찾아왔겠지. 난 그 병원이 나에게 잘못 진료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똥을 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병원 매출을 감소하려는 의도는 없었어-_- 그런데 그 원장은 나보고 다른 한의원 홍보해서 자기한테 이러는거냐는 얘기도 했다.

지금도 그 원장한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구석이 있다. 나같아도 누가 나한테 온라인에서 뭐라뭐라고 깠는데 그걸 어쩌다 내가 보면 열받을 거 같아. 그렇지만 난 그 사람이 누군지 찾아내서 찾아가지는 않을 거 같아. 정말 열받아서 참을 수 없으면 나같으면 댓글을 썼을 거 같아. 이러이러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니 포스팅을 정정해달라고. 그러나 이건 다 "나 같으면" 이라는 가정 하에서의 얘기.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다.

사실 확인에 대한 부분을 어디까지 어떻게 블로그에 적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겪은 일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렇다면 뭐가 '사실'인지?

이 일 이후에 블로그에 무언가를 쓸 때는, 특히 다른 사람, 다른 대상에 대해 쓸 때는 면대면으로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쓰게 되었다. 이게 내 블로그의 수위.
내가 쓰는 포스팅이 본의 아니게 '뒷담'이 될 수도 있단 걸 알았던 2012 올해의 사건 ㅋㅋ

5.
하여간 박정근 사건도 그렇고 한의원 사건도 그렇고.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들 무섭다. 그러나 내가 웃자고 한 얘기에 실제 누군가는 죽어난다면? 그 병원 매출이 막 내 블로그 때문에 감소된다면?
이게 내 나이브함의 수준이다.

6.
새해가 되기 전에 묵은 일을 털어버리고 싶었다. 대선뽐뿌 포스팅은 이걸로 끗.
밀려있는 10월, 11월, 12월의 책은 2012 4/4분기의 책으로 조만간 올리겠음. 숙제 안한 기분이다.
by 아애 | 2012/12/27 08:35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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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2/12/27 09:1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12/27 09:44
비공개 답글입니다.
Commented by Sophie at 2012/12/27 15:37
그 한의원은 의료사고로 고소해야한다니깐. 내가 쓴 이 댓글보고 나 찾아올람 오라지. 쌈닭의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줄테니.
Commented by 아애 at 2012/12/27 16:39
너무 멀어서 못감 ㅋㅋㅋㅋ
Commented by 다죵 at 2012/12/28 08:29
근데 너 이래놓고 토다이는 또 실명으로 깟다는 사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아애 at 2012/12/28 18:42
토다이 사장이 찾아와도 또박또박 "참치 스시 비린내 나서 못먹어보긴 처음이고, 사시미는 얼음 그 자체라 가져오지도 못했고 정말 더럽게 비싸고 맛없네요. 보노보노 가는게 나을듯*^^*" 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괜춘함 ㅋㅋㅋ
Commented at 2012/12/27 20: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애 at 2012/12/27 22:08
내가 좀 찾기 쉬운 이름 ㅋㅋ 블로그를 실명으로 하는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나봐요. 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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