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를 빙자한 (또다시) 신상잡기 이야기
일년이면 영화관을 다섯 번 미만으로 가는 삶을 산지 꽤 되었다. 씨네큐브가 사라지기 이전부터 영화관에의 흥미를 잃었었지. 
아마 집에 쿡티비가 들어오고부터였을 것 같다. 집안에서 아주 편안히 내가 보고싶은 때 언제라도 어떤 영화라도 볼 수 있다는 건 굳이 시간을 내서 영화관에 가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해주었다. 내가 보고자 하는 영화들이 대부분 큰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로 봐야하는 영화들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러던 와중 올해 하반기에는 이상하게도 흥행작들은 모두 영화관에서 봐주었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되었어. 신기하다! 나도 남들이 보는 영화를 다 봤어! 밥먹으면서 영화 얘기를 해도 할 얘기가 있다 야호! (여전히 드라마는 드라마맹 수준. 요즘 하는 드라마 제목도 모름. 아빠가 보는 게 메이퀸이라는 거 하나만 안다.) 

1. 추석 연휴 때 본 광해 
백년만에 북한산을 갔다가 땀에 쩐 등산복을 입고 민폐를 끼치며 영화관 직행. 침대에 몸을 눕히면 씻지도 않을 거 같은 피곤함을 안고 갔는데 왠걸! 영화를 끝까지 졸지 않고 관람했다! 졸릴만 하면 웃기고 졸릴만 하면 웃긴 영화였어. 
대선 노림수가 보이는 영화라느니, 이병헌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냐느니 하는 영화평들이 있었지만, 난 영화를 보고 나서 오직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진짜 왕이 어떻게 시간 맞춰서 온거지? 누가 알려줬지? -_- 
지금도 미스테리

2. 온 가족 나들이 영화, 26년
개봉하기 전부터 지애가 이건 우리 가족이 다 함께 가서 봐줘야 한다며 극성을 부렸다. 결국 엄마아빠나지애현수 모두 함께 나란히 상암CGV에 가서 관람. 폭풍 눈물을 흘리느라 영화를 보고 나오니 머리가 깨지는 줄. 늦은 밤 영화보고 나와서 집에 와서는 26년 웹툰을 그대로 정주행-_- 아주아주 피곤한 밤이었다. 
영화는 끝부분에 되도 않는 러브라인을 그려내서 아주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었지만 그거 빼고는 뭐 나름 시기상도 그렇고 의미 있는 영화였던 듯. 한국 영화는 대체 왜이렇게 로맨스가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건지. 각성해라 영화계! 
그리고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온 후로 누구 총 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진심으로 있을거 같다는 느낌적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가족들-_-

3. 호빗
영화관에서 봐야할 거 같은 영화. 오랜만에 보았소.
이래뵈도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모두 연말마다 챙겨보았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어쩌다 보았다. 
그런데 이제 안보려고. 보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흑흑. 3시간 너무 길어. 못앉아있겠어. 
홈시어터가 잘 꾸려진 집을 갖게 된다면 생각해 보겠어_- 
별로 스릴이 넘친다던지 하는 것도 아닌데 깜짝깜짝 놀라고 쫓기는 걸 손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보고 있는 내가 한심해서 못봐주겠다.

4. 레미제라블 
화제의 영화를 나도 보았다!
내가 뮤지컬에 대해 뭘 알겠느뇨. 그치만 여러분 저도 한때 문화 생활을 즐기던 녀자입니다. 뉴욕 가면 헤럴드 트리뷴을 외치...진 않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봐주고 런던 가서 팬텀과 라이언킹도 보고 온 녀자에요. 맘미미아, 시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의 영화 헤드윅!!! 같은 주옥같은 뮤지컬 드라마는 다 챙겨 봤죠. 그래서 이번 레미제라블 어떡해? 냉큼 가서 봐줬죠.

그런데 이 영화... 일차적 감상평은 호빗이랑 같았다. 길어. 너무 길어. 나가고 싶어 영화관을.
대사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모든 대사를 노래로 연출해 낸 점까지는 괜찮았는데 모든 씬을 인물 클로즈업으로 무지 땡겨서 찍은 걸 3시간 동안 노래와 함께 보려니 뭔가 감정적 피로도 상승. 

그렇지만 에포닌 나와서 쓸쓸하게 죽을 때부터는 또다시 폭풍눙물.... 난 왜이렇게 영화만 봤다 하면 우는거야. 그보다 화면에서 누가 울기만 하면 따라 울어-_- 이런 내가 나도 싫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와서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원작이 양적으로 방대하고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3시간짜리 영화 안에서도 중간중간 튀는 구석들이 있었던 게 아쉬웠다. 그리고 레미제라블 같이 소위 고전이라고 부르는 텍스트들은 자체적 생명력 같은 걸 갖추고 있어서 어떤 시대에 어떤 장르로 다시 태어나도 그나름의 힘이 있다는게 참 신기했긔. 
그리고 집에 와서 아이북스로 레미제라블 tombe 5까지 다 다운받았다... (그리고 아직 한번도 안 펼쳐봄-.-)

얼마전에 페북에서 누가 레미제라블 보고 와서 죄와 구원의 문제를 다룬 영화를 이렇게 non-christian들이 많이 보고 감동받는다는 걸 보면서 역시 잘 만든다는게 중요하다는 식의 포스팅을 올렸다.
레미제라블에서 물론 죄와 구원의 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줄기이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이 작품을 너무 단선적으로 보는게 아닐까 싶었긔. 다양한 컨텍스트가 생기고 문학적 텍스트 읽기 능력을 아주아주 비루하게나마 갖췄다는 게 작품들을 보는데 참 풍성해진다. 
이건 요즘 빠져서 읽고 있는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서도 느끼는 부분.

그리고 레미제라블 보고 나서 다들 뮤지컬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나 올해 본 뮤지컬 0개, 연극 0개, 그밖의 모든 공연 0개. 
내 삶의 현주소... 
2012년은 시간도 없고 돈도 없던 삶에서 돈은 아주 조금 있지만 시간과 기력이 없는 삶으로 스위칭한 한 해였다.
2013년은 시간은 그다지 또 많지 않겠지만 기력을 좀 더 끌어올려볼까 싶네요. 


by 아애 | 2013/01/01 21:14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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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phie at 2013/01/02 02:37
레미 영화 존나 길지 ㅋㅋㅋㅋㅋ 나도 영화관을 나가고 싶었어. 특히나 개봉날 봐서 관객석이 만원이었거든 ㅡㅡ 그래도 난 아만다를사랑하기에 꾹참고 다 봤지. 에포닌만 브로드웨이 싱어잖아. 걔는 정말 뮤지컬때도 느꼇지만 에포닌에 왜케 잘 어울리는짘ㅋㅋㅋㅋ
난 앤 해서유ㅔ이가 딸 그리면서 죽을때만 존나 펑펑 울엇음. 다른사람들은 에포닌 죽을때 많이 울더라. 난 아뮤감정을 못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잉이랑 뮤지컬보러가고 싶네여. 헤드윅을 그렇게 좋아했던건 우리의 어렸던 나이와도 상관있는걸까.
Commented by 아애 at 2013/01/02 07:59
아만다 심하게 너 스타일이다 그러고보니 ㅋㅋ
한국어 책은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보라니께?
Commented by 아애 at 2013/01/02 07:59
글고 헤드윅 좋아했던건 지금 생각하니 짧아서 인가 싶음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소피 at 2013/01/02 10:13
아만다나온 클로이 봤어?? 난 그거 보고 완전 반해버렸지. 물론 그 후로 찾아본 그녀의 여러가지 인터뷰 (앨렌, 코난 및 다수) 보고 더더욱 반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아애 at 2013/01/02 11:11
클로이가 뭔지 모른닼ㅋㅋ
Commented by Sophie at 2013/01/02 02:38
한국어책좀 추천해줘 아잉. 나도 좀 읽게...
Commented by at 2013/01/02 19:02
장발장 발음 좀 해줘봐 ㅋㅋㅋㅋ 즈앙바알자앙
Commented by 아애 at 2013/01/02 22:56
쟝 vㅏㄹ즈ㅏㅇ ㅋㅋㅋ
Commented by Sophie at 2013/01/03 02: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즈앙바알자앙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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